ZionUBF 컬럼
박요셉(욱규)목자님
전남대국어국문학과박사
현 서강정보대교수, 광주UBF 시니어목자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촌 세상을 보면, 언어나 피부 색깔이 다르고 남녀노소와 빈부귀천 할 것 없이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조국 땅에서 우리말을 사용하며 국민소득 2만불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며 별 어려움이 없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편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직도 그늘지고 소외받는 지역에서 눈물겹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어차피 세상은 상대적이기에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고, 권력을 부리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연약한 모습으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인간다운 대접과 각종 문화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어둔 그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봉사한다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랑의 실천이다.
『나마스떼, 닥터 양』이란 책을 통해서 본 양승봉 ․ 신경희 부부는 이웃 사랑의 실천과 헌신적 자세로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죽어가는 길손을 돌보며 자신보다 이웃을 더 생각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겨 가만있질 못하는 사람이다. 닥터 양은 얼마든지 우리 땅에서 의사로서 존경과 인정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지만 하얀 만년설이 뒤덮인 히말라야 산자락 네팔에서 우리 한국인의 아름다운 인술과 인간애를 펼치는 모습은 이 시대 슈바이처박사요 테레사수녀라고 할 수 있다. 육신의 두 팔로 의술을 행하고 영적인 두 팔로 사랑을 베풀며 네팔을 네 팔로 보듬어 안은 그의 헌신적 자세는 우리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준다.
천혜의 자연 경관을 가진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은 보기엔 좋지만 척박한 땅을 갖고 세계 10위권의 국민소득 2백불의 가난한 나라다. 운명적인 가난과 일거리가 없어 실업자는 늘어가고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무지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 심각한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기본적인 의료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네팔 카트만두 파탄 병원에서 14년간 의술을 펼치는 외과의 양승봉 선교사 부부야말로 글로벌 시대 우리의 자랑스런 한국인이요 표상이다.
사실 그들은 시계를 거꾸로 돌려 몇 십년 뒤로 돌아가 생활해야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정전되는 환경, 흙집에서 나오는 벌레들과 더불어 살고, 태아는 이미 죽고 위험한 산모의 생명을 살려야 했던 빈약한 의료시설, 산에서 굴러 다친 골절 환자의 치료, 뱀에 물려 응급 조치조차 하지 못하고 방치하여 잘라야 했던 한쪽 다리, 승용차가 필요하지만 가난한 네팔 사정 때문에 차마 구입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딸깍’이 소형차를 굴려야 했던 미안한 마음들, 닥터 양은 그렇게 아픈 마음으로 살아야 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가보면 복음의 씨앗을 뿌리며 미개한 이 땅의 사람들을 위해 희생적인 삶을 산 언더우드나 알렌, 캠벨 선교사 등 가족을 포함한 143명의 선교사들이 안장되어 있다. 언더우드(Underwood)는 미국의 의학자요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1884년 초대 주한사절로 와서 경신학교를 설립하고, 1915년에는 연희전문학교 교장이 되어 육영과 의료계에 헌신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장로교 선교사요 의사인 알렌(Allen)은 고종 황제의 시의(侍醫)와 외교 고문으로 광혜원 관립의학교를 창립하여 의술을 펼쳤다. 캠벨(Cambell)은 1897년 남감리회의 첫번째 여성 선교사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듬해 ‘여성을 아름답게 기르고 꽃을 피워내는 배움의 터전’이란 ‘배화학당’을 세워 육영사업과 선교활동을 펼쳤다. 그들은 자신과 가정을 희생하며 의술과 교육의 혜택을 베풀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인간애를 실천했다. 그들의 삶은 우리나라와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십자가 정신과 진정한 휴머니즘 정신을 깨닫게 했고 오늘날 우리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지구촌 한 가족 시대에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였다.
우리도 받았으니 이제는 주어야 한다. 미미한 겨자씨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싹이 트고 자라면 새가 날아와 우짖고 큰 그늘이 드리운다. 알게 모르게 아프리카 미개발 지역이나 중앙아시아 가난한 나라에 가서 풍토병과 싸우며 인술과 육영에 힘을 기울이는 헌신적인 사람들이 있다. 『내려놓음』이란 책의 주인공 이용규도 그렇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중동 지역학 및 역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일신의 안락함과 미래의 보장, 그리고 인간의 기대를 전부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몽골 선교사로 떠났다. 의사는 아니지만 평신도 선교사로 몽골의 울란바토르(Ulaanbaatar)에 '이레교회'를 설립한 후 담임목회를 하며 그들의 무지를 깨우쳐주며 문명의 혜택을 누리도록 헌신하고 있다. 그는 인생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하늘의 평안과 특권을 깨닫고 내려놓음의 결단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이에 못지않게 양승봉 선교사도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는 네팔이란 낙후된 나라에 가서 내 한 몸 불사르며 아내와 세 자녀의 고통 분담과 가족의 희생을 마다않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그에게는 소외된 38년된 병자를 치료하고 인간사회 속에서 격리된 삶을 살아야 했던 문둥병 환자를 돌아다보며 치유의 역사를 감당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이 깃들어 있다.
세상은 지금도 갈등과 반목, 시기와 질투, 전쟁과 죽음, 아픔과 슬픔 등 어둡고 그늘진 모습들이 많다. 아니면 돈과 명예, 부귀와 권력을 얻고자 몸부림치고 그도 아니면 쾌락과 무위도식으로 살아가는 군상들이 많다. 현대인들의 삶을 보면 겉은 화려하고 삶의 질은 더 나아진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정신적 빈곤은 커져만 가고 동물적 본능을 추구하는 경향이 많다. 세상 문화는 그렇게 흘러가지만 양승봉 선교사의 가슴을 살포시 적셔주는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희망과 따뜻함을 보게 되어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 어둔 곳을 밝히고 인간적 삶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나 자신도 신앙생활을 하며 틈틈이 이웃 사랑의 실천을 행한다고 하지만 닥터 양에 비추어 볼 때 얼마나 형식적이고 부끄러운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삶의 방향이 달라진다. 양승봉 선교사의 선택은 이 시대 우리들이 나아갈 삶의 정신적 지표다. 이것이야말로 더불어 사는 사회요 복지사회의 꿈을 실현하는 소중한 일이다. 그는 우리 인생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희생적 삶으로 몸소 보여주고 있다. 십자가의 고통없이는 부활의 영광도 없다. 닥터 양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겸허히 이야기한다. 네팔에 와서 대단한 일을 한다거나 위대한 사람이 된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으며 그저 내 눈에 보이는 구멍난 곳을 메워주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 자리를 채워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가 네팔에서 의료선교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 조그만 일로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고 지구촌 가족을 하나로 만들고 인간애 정신을 실천하는 위대한 일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